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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남의 논리 The Logic of Emergence

2025. 11. 18 ~ 11. 23

장소: SPACE315
참여작가: 강예진, 공은택, 김규호, 김노윤, 김소형, 김수민, 김승찬, 박소연, 박지연, 박초연, 배윤재,

신예진, 오우영, 유수진, 이미지, 이지숙, 이진, 전효인, 정아사란
그래픽디자인: 김윤하

전시서문 : 장민현
 

 

 오늘의 세계는 한 방향의 시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술의 속도는 감각을 앞지르고, 그 충격은

지각의 배열을 흔들어 바꾸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풀린 자리에서 이미지와 데이터가 빠르게

늘어나며, 우리가 몸으로 통과하는 세상은 시선의 통제 밖에서도 스스로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 변화 속에서 '드러남'은 해석보다 먼저 움직이는 신체의 반응을 뜻한다. 감각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즉시 방향을 잡고, 이해보다 먼저 미세한 떨림을 포착한다.
"드러남은 세계의 조건(재료 빛:소리:공기)과 몸의 감각이 맞닿을 때 형태와 의미가 동시에 발생하는

순간이다. 여기서 감각의 입력이 먼저 작동하고, 사유가 그 위에서 질서를 정리한다. 작품은 세계의

미세한 변화를 감각의 언어로 번역해 사건을 가시화하고, 관객은 그것을 증인으로서 확인한다.
이 관점은 질베르 시몽동(Gillbert Simondon)의 '개체화(individuation)'와 닿아 있다. 개체화는 이미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긴장 속에서 새로이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아직 형태가 분화되기 전의 불안정하지만 유지되는 상태에서 작은 변화가 번지면, 재료 빛•소리•공기:몸이 서로 반응하며 새로운 관계의 구조가 생겨난다고 본다. 전시는 이러한 형성의 과정을

보이는 장면으로 묶어, 관객이 현장에서 그 변화를 확인하도록 한다.
이번 전시는 신진 작가들의 연구 실험을 각자의 예술 언어로 전개한다. 이들은 각자의 연구 주제 속에서 완결의 정합성보다, 형성 과정에서 드러난 흔적과 기록을 앞세운다. 재료는 굳고, 녹고, 갈라지며

시간을 표면에 남긴다. 몇몇 작업은 시간이 흐르며 상태가 변하고, 또 다른 작업은 관객의 위치와

머무에 반응한다. 그래서 작품은 닫힌 해답이 아니라 지금 작동 중인 상태의 기록으로 제시된다.

전시는 이를 현장에서 바로 보이도록 구성하며, 관객의 즉각적 반응을 유도한다.
장면은 충돌과 연결로 짜인다. 자연물과 기계 부속이 맞물려 낯선 신체를 만들고, 반투명한 막과

금속성 표면은 안과 밖의 경계를 흔든다. 데이터 이미지 위로 손의 흔적이 겹치며, 같은 화면 안에서

서로 다른 질서를 시험한다. 공명•간섭•교차가 실제로 발생하는 지점이 관객 앞에 드러난다. 질문은

분명하다. "세계는 어떻게 스스로 드러나고, 감각은 그 드러남에 어떻게 응답하는가." "예술은 그 응답을 어떤 언어로 다시 세계에 돌려주는가." 답은 말보다 현장에 가깝다. 재료의 변형, 빛의 정렬, 소리의 떨림, 그리고 그 사이에 머무는 관객의 호흡이 연쇄에서 두 번째 드러남이 일어난다.
단단함은 확신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시도와 관찰에서 나온다. 작품은 닫히지 않고 형성의 시간에

머무르고, 전시는 그 시간을 읽히는 구조로 정리한다. 관객은 재현을 해석하는 독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막 형성되는 질서의 리듬과 함께 호흡하는 증인이 된다. 여기서 과정은 정당화 아니라 근거가 된다. 그렇게 오늘의 세계와 다시 접속한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큐레이터 장민현

   

설치전경

The Loop Single channel video 00;02;42, 32inch TV,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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