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정리

현장 :  재건축/재개발지역을 이하 ‘현장’으로 대체함. 참고로 재개발은 정비기반시설이 미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재건축은 기반시설(도로, 하수도, 공원 등)이 이미 갖추어진 곳에서 하는 사업이고, 재개발은 주로 단독주택, 빌라, 연립주택이 밀집된 지역, 재건축은 아파트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통틀어 도시정비사업으로 말할 수 있다. 작업의 배경이 되었던 현장은 서울 은평구, 종로구, 동대문구, 성북구 등이며 꼭 대규모로 이뤄지는 곳이 아닌 개발지역이 배경인 작업도 있다.

Neon moving 2015 ~ 

  우선 현장을 배경으로 사진 시리즈물로 선보이고 있는 <Neon Moving> 작업은 2013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2~5mm 두께의 투명 PVC 비닐을 현장에 설치 후 사진 촬영을 한 작업이다. 여기에 사용한 PVC 비닐은 주로 형광 연두색을 사용하며 초기에는 분홍색, 주황색도 사용하였다. 이 PVC 비닐은 현장 답사 후 선정한 재료로서, 현장과 가장 대비되는 물질로 활용하였다. 대규모의 새로운 건축물들이 자리 잡기 위해 사라질 공간과 달리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썩거나 사라지지 않을 물질성을 갖고 있으며, 반짝임이 심해 형광의 색이 더욱 선명하게 발현되면서 주변의 환경과 대조적인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특히 형광 연두색 PVC 비닐은 주변에 자라나는 다양한 식물군과 더욱 대조적인 색감 차이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작품에서 이 형광색 PVC 비닐은 독보적인 물질성을 발휘하며 덩어리의 모습으로 사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현장의 폐허와 같은 변화의 순간이 담긴 이미지가 작품의 전체 면에 배경으로 배치되어 있고 PVC 비닐은 땅에서 솟아오르거나, 건물의 어떤 부분에서 쏟아져 나오거나, 일부분을 덮어버리는 형태로 등장한다. 형광색은 그 자체로 주목성이 강한 색으로 작업에서 아무리 작은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도 우선적으로 시선을 빼앗아 간다. 형광의 비닐에 시선이 주목된 후 차츰차츰 주변의 현장 모습이 드러나게 되는데, 비닐이 위치한 주변의 검은 빛이 가득한 틀만 남은 건물 내부로 향하는 공간 즉, 뚫려있는 건물의 창문, 문, 차고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검은빛은 마리 다른 시공간으로 연결되는 듯이 느껴질 정도로 어둡고 깊어서 형광색의 비닐과 시각적 충돌을 더욱 극적으로 나타낸다. 사진은 대부분 짧은 변의 길이가 최소 100cm 이상으로 대형 인화하여 현장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이미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형광색 PVC 비닐은 아주 얇은 일반 비닐과 달리 두께 2mm 이상으로, 꽤 둔탁한 무게감을 갖고 있어서 유연하지만 연약하지 않은 정도의 경도가 있다. 이 PVC는 현장에 설치 될 때 규모가 평균적으로 폭 900mm에 길이 2미터 내외의 크기로, 구기듯이 모양을 잡으면 일시적으로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으나 점차 가라앉듯이 무너지게 된다. 초반의 딱딱하고 인위적인 형태에서 미세한 가라앉음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러운 덩어리의 형태가 유지될 때를 관찰하고 촬영을 한다. 마치 흐르는 듯한 액체가 이내 고체가 되는 단계의 물질처럼 보이는 정확히 어떤 물질(의상태)이 라고 정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것은 전체적인 작업을 관통하는 감지되지만 명확하게 구체화하기 어려운 것의 표상으로 볼 수 있다. 색이 선명한 만큼 강한 시각적 효과로 배경이 되는 개발공간 속에서 이물감의 물질성에만 주목될 수 있지만, 투명하기 때문에 주변 배경을 잠식하기 보다는 투과시키면서 장소와의 연결성을 놓치지 않는다. 일종의 잠시 등장한 미스테리한 물질처럼 등장하고 사라진다. 현장을 답사할 때 곧 사라질 예정인 것들이 가득함속에서 스스로가 이질적인 이물질처럼 느껴졌던 감각을 재현한 물질로 볼 수도 있다.

Neon quilt  Digital C print 94.5x133.5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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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quilt  Digital C print 94.5x133.5cm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