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시간성

 

나유미(팔복예술공장 창작전시팀장)

 

 

 

1. 빠르고 무거운 것, 시간,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 풍경, 파동, 진동, 빛, 도시 개발 현장, 재건축, 재개발 현장 등등. 이번 전시에서 이지숙 작가는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읽히는 기호들과 이미지로 보여준다. 물결의 이미지는 ‘Flat lights’, ‘Neon Well’과 같은 제목이 없었다면 현실의 물결 이미지로 보였을 것이고, 빛과 네온이라는 제목 하에 물결의 이미지로 구체적이고 모호한 기호로 환원되고 있다. 속도를 표현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파도와 물결 이미지는 작업 전반을 나타내는 기호로써 구체적인 형상으로 환원하면서 구성된다. 즉 개발지역 내부에서 보여지는 공허한 창문은 검은 빈 공간이 아니라 그동안 건물이 갖고 있는 시간 속 역사가 담겨있으며 그곳에 살아 왔던 사람들의 생생한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러한 공간은 결국 시간이 담긴 순환적이고 역사적인 공간이다.

 

2. 이지숙 작가는 재건축 현장과 재개발 현장에 관심이 많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 현실적 상황들과 상충하면서 발생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이미지를 수집한다. 재개발 현장에서 발견되는 순환적 기호들을 통해 삶을 깨닫는 공간으로 그리고 삶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주에 머물면서 청주의 재개발 현장의 이미지들을 수집한 작업들 또한 볼 수 있다.

 

3. 첫 눈에 그녀의 작업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작업 속 이미지들은 어딘지 본듯한 풍경으로 모호하게 확대되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온다. 시각적으로는 편안하고 평온하게 다가오면서도 작업의 의미는 다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에서 청주창작스튜디오로 이동하면서 경험했던 공간과 삶의 환경이 변화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물리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풍경을 ‘속도’로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작가는 바로 그런 물리적인 도시 개발 현장의 풍경을 그 공간에 존재하는 빛, 색으로 형상화하여 줄곧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속도로부터 형상화된 사물과 관계에서 작가가 어떤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뒤, 그럼에도 그 차이를 다시 연결하는 작가의 전략이 클로즈업 기법과 보조 장치(형광 비닐)에 있다고 분석하게 된다. 철거로 사라질 재개발 공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인공적이면서 자연에서 썩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형광색 연질 pvc는 일부러 의도한 이질적인 소재이다. 그리고 작가는 과도한 클로즈업을 사용해서 사진에 찍힌 풍경에 건물, 풀, 창문으로 바라본 재건축될 건물의 내부, 재개발 현장에 피어난 식물들, 땅에서 솟아 오른 형태와 흔적, 공사장 현장에 깨진 유리조각이 자연 현상에서 만든 빛들이 추상적 이미지로 끌어당긴다. 기이한 바라보기이다. 재개발 될 주택의 창문은 이렇듯 가까이에서 다시-보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재개발 현장의 식물, 공사장 현장의 사람, 재개발 될 건물의 벽돌들도 그렇다. ‘풍경들’은 추상적으로 클로즈업 된 채로 다시 재현되었다. 말하자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풍경들은 비일상적인 보기에 의해, 과장된 클로즈업을 통해 재구성되어 있다.

 

4. 이지숙 작가가 재건축, 재개발 현장의 사진과 이미지 수집을 시작한 것은 오래 되었다. 2012년부터 수집된 도시개발과 관련된 이미지들은 자신의 집 근처의 재개발 현장에서 수집하고 작업을 해 온 것이다. 첫눈에 이러한 작업들은 지극히 평범한 공사장 사진이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보면 특별한 기호로써 오브제가 놓여 있음을 발견한다. 작품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풍경을 덮은 초록빛 형광색 비닐은 공간을 기억하는 기호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이렇듯 공간과 분리되었거나 분리가 불가능한 채 얽혀 있는 오브제는, 개발 현장에서 본 창문에 비친 일렁이는 풍경, 검은 빛이 가득한 창문은 작가의 의도로 설정되어 관람객이 풍경과의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도움을 준다. 작가는 거리 두기와 과장된 클로즈업을 사용해서 대상과 시선의 중첩, 서로에게 휘말려 들어간 상태를 시각화한다. 재건축 현장에 놓인 이질적인 비닐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장치로 이차원 평면을 3차원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러므로 작가가 의도하였든 아니였든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인식과 제대로 된 살아 있음일지 모르는 그런 집요함 같은게 느껴진다. 작가에게 도시의 거대한 개발지역은 파괴되는 동네에 대한 연민이 배제 된 공간으로써, 1차적으로 현장에 담긴 순환적 의미가 내포된 기호들을 발견하고 재해석하는 공간이다.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동시대적 사건과 현상들을 접목시키면서 동시에 땅의 기원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지숙 작가를 앞에 두고 대단히 ‘완벽한’, ‘지적인’ 작가라고 느꼈다.

 

5. 동시에 작가가 전작에서와 다르게 이번 전시에서는 방법적으로 바뀐 독특한 영상, 설치, 사진의 회화적 스타일을 들여다보자. 그것은 속도를 재현한 상황, 혹은 속도가 대상과 주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게 구현하는 방법에서 ‘빛’과 ‘소리’를 넣어 전시장에서 속도와 시간을 느끼게 해주었다.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움직임은 빠르지만 무겁기도, 가볍지만 느리기도 한 속도를 시각적으로 환기시킨다. 만지고 싶을 만큼 생생한 빛과 화면 속 출렁이는 물결은 더욱더 원초적인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 2차원의 공간은 사라지고 대신에 자연 속 이미지나 심오한 우주를 느끼게 된다.

 

6. 바로 지금 서 있는 장소에서 작가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작용으로 공간을 무한대로 확장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표현이 무한대로 가능한 그래픽으로 시각화 작업을 시도했다. 작은 파동이 모여서 거대한 움직이는 파도, 우리가 공간에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움직이는 빛 등 앞으로 물질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7. 이번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는 이지숙 작가에게 아주 중요한 티핑 포인트로 작용했다고 믿는다. 레지던시의 결과물로 내놓은 작업 ‘빠르고 무거운 것(Fast and Heavy)‘은 기존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서 수집된 여러 단서들을 토대로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던 커다란 변화가 숨어 있다. 이지숙 작가는 공간과 시간을 ‘속도’에 연결하여 그래픽 작업과 설치 작업으로 집중하여 보여 주었다. 이렇듯 비정형의 잠재된 도시 내부의 순환 에너지를 사진, 영상, 설치 등을 통해 속도의 시간성이 존재하는 공간의 시도가 앞으로 이지숙 작가를 어떻게 변화 시킬지 기대되며 궁금해진다. 2021

Temporality of Speed

Na Yu Mi_ Head of Creation & Exhibition Team, Factory of Contemporary Arts in Palbok

Fast and heavy thing, time, ever-changing urban landscape, wave, vibration, light, urban development site, reconstruction, redevelopment site, etc.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Lee Ji Sook presents the story about ‘speed’ through signs to be read and images. The image of waves should have looked like the real waves if there were no title such as , , and under the title lights and neon, the image of waves is reduced to specific and ambiguous signs. The image of wave and flow, used to understand what expressed speed, is composed by being reduced to specific form as a sign to represent the overall work process. In other words, the vain window seen in the development area is not just empty black space but a space containing the history occurred in the time of this building and preserving the vivid traces of people who have lived there. Such space is eventually a circular and historical space containing time. The artist Lee Ji Sook is interested in the sites of reconstruction and redevelopment. Experiencing the ever-changing urban landscape and a series of incidents happening in contradiction with realistic situations, she collects the image on the sites of redevelopment and reconstruction. Through the circular signs found on the site of redevelopment, she expands them into a space of realizing life and space of revealing life. Recently, she is staying in Cheongju, so we can also see the works with the images collected in sites of redevelopment in Cheongju. From the first glance, her works are at the same time unfamiliar and familiar landscapes. The images in the works are landscapes that we might have seen somewhere; ambiguously magnified, they approach us in a familiar and unfamiliar way. Even though they seem visually comfortable and calm, the meaning of the works is different. In this exhibition, we can feel the change of space and environment of life that she experienced moving from Seoul to Cheongju Art Studio, and she also seems to try to convey the landscape of the city that changes fast physically as a ‘speed’, as she did in her previous works. By the way, the artist has always expressed the landscape of the site of such physical urban development, by incorporating it as a light and color that exist in that space. In this regard, after pointing out that the artist reveals certain difference and diversity in the relations with things embodied through speed, I come to analyze that, nevertheless, the strategy of the artist that reconnects the difference is in the close-up technique and the subsidiary device (fluorescent plastic bag). The soft fluorescent PVC, in an absolute disharmony with the space of redevelopment about to disappear by the tear-down, is disparate, artificial, non-biodegradable and non-perishable, is a heterogeneous material chosen on purpose. And the artist uses an exaggerated close-up to attract every light made from natural phenomenon as an abstract image: the photographed building, grass, inside of the building to be reconstruct, the plants grown in the site of reconstruction, their shape of emerging from the ground and traces, the pieces of broken mirror at the construction site. That is a weird kind of looking. What is the reason that she let us to re-look the windows of the house to be redeveloped? And so is the plant at the redevelopment site, people at the construction site and the bricks of the buildings to be redeveloped. ‘Landscapes’ are reproduced while being abstractly closed up. In other words, the landscapes that the artist intended to show are recomposed through the unusual looking, an exaggerated close-up. It has been long time since the artist Lee Ji Sook started the collection of the photographs and images of the sites of reconstruction and redevelopment. Those images related to the urban development have been collected and worked at the redevelopment site near her house since 2012. At a first glance, they are just ordinary pictures of construction sites, but when we look at them closely, we can notice that there are objets placed as special signs. The green, fluorescent color plastic bag covering the landscape recurs in many of her works as a multishaped sign to remember the space. Such objet that is either separated from the space or tangled with the space without being able to be separated, for example the wavering landscape reflected on the window seen at the development site, the window filled with black light, is set up according to the authorial intention and help the viewer to keep the cool-headed distance from the landscape. The artist used distanciation and exaggerated close-up to visualize the overlapping of the objet and the gaze, the state of being mutually swallowed up. The alien plastic bag placed at the reconstruction site is not awkward at all. On the contrary, it functions as a device to attract our gaze and to draw us into a three-dimension, not the two-dimensional plane. Therefore, whether intended by the artist or not, it makes us feel a certain obsessiveness which might be an awareness about the world we live, and a proper kind of being alive. For the artist, the immense urban redevelopment area is a space deprived of the sympathy for a destroyed area, and a space where we discover and reinterpret the signs implying circular meaning contained primarily by the site. In the process of reinterpretation, I got to combine the contemporary events and phenomena and at the same time be absorbed in the origin of the ground. That is why I felt that the artist Lee Ji Sook is a ‘perfect’, ‘intellectual’ artist. Meanwhile, let’s look into the new elements about the artist in this exhibition, unlike the previous works: the unique pictorial style of video, installation, and photography. It invites us to feel the speed and time at the exhibition space, introducing ‘light’ and ‘sound’ in the method of realizing speed to be felt differently according to the situation of representing the speed or to the subject and object. The movement of light varying according to the distance evokes visually the nature of speed, which is either fast or heavy, light, or slow. The light, which is so real that we feel like touching it, and the wave rolling in the screen let us feel an even more primitive nature. The two-dimensional space disappears and instead we feel an image in the nature or a profound universe. At the place where we stand, the artist expands the space to the eternity by the function of past, present, and future.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attempted a visualizing work with a graphic with a possibly unlimited expression. I expect that to be even more deepened in the process of generating the material images such as huge moving waves formed by combination of small waves, or the moving light that allows us to get aware of being in a space. I believe this residency opportunity at the Cheongju Art Studio functioned as a very important tipping point for the artist Lee Ji Sook. The work 《Fast and Heavy》 that she presented as the output of the residency reveals a huge change that had not been found in her previous works, based on the several clues collected at the sites of existing reconstruction or redevelopment. The artist Lee Ji Sook demonstrated the space and time associated with ‘speed’, in an intensive way through graphic and installation works. It makes us wonder how in the future, the artist Lee Ji Sook will be changed through this kind of experiment of space where the temporality of speed exists, of the atypical inner-city circular energy expressed through the media such as photography, video, and installation.